풀비스스ㅅ소 pulvissso

돌아갈 곳이 없다는 두려움

요새 느끼는 가장 큰 공포, 두려움이 무엇일까 들여다보니 그것은 바로 돌아갈 곳이 없다는 감각이었다.

건강이 안 좋아지고 스트레스를 최대한 받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자연스레 요양이 떠올랐지만 뾰족한 장소가 없었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큰외삼촌이 모두 돌아가신 뒤로 당연히 물리적인 외갓댁도 사라졌다. 누군가가 별 이유없이 그저 나라는 이유만으로 나를 환대해주고 보살펴주는 장소가 없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시골집에 내려간다는 표현이 자연스러운 사람들이 부러운 이유도 쉬고 싶을 때 찾아갈 곳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요양의 모습은 집안일과 공과금과 끼니를 걱정하지 않고, 산책하고 수영하고 책 읽고 불안 없이 늦잠을 자고 어슬렁 어슬렁 걸어다니다가 남이 차려준 건강하고 산뜻한 밥을 먹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으로 살면서 이런 일이 가능하기란 쉽지 않다. 가능하려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어떤 장소가 나에게 쉴 수 있는 장소가 되어줄 수 있을까. 그걸 알게 모르게 찾고 싶었던 것 같은데 어디가 그런 기능을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갈 곳은 앞으로 만들면 되지만 돌아갈 곳은 내 뒤에 있어야 하는 장소다. 이미 쌓아놓은 무언가가 있는 곳이 돌아갈 곳이 되어줄 수 있으니 과연 공포와 두려움을 느낄만 하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