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비스스ㅅ소 pulvissso

쓰려고 드릉드릉 하는 것들 / 출발하는 문장들과 제목 후보들

  • 좋아한다, 좋아했다, 좋아했었다.
  •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
  • 퇴장 큐를 안다는 것

눈치가 없어서 사람들을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애정결핍이라서 사람들을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싫어서 사람을 좋아해 보기로 했습니다. 마음의 문이 꽉꽉 닫혀 있다는 조언을 듣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기 시작했더니 이제 좀 닫아도 될 것 같다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몇 년 전, 돈이 필요하다는 친구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다른 친구에게 혼났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사람을 너무 싫어해서,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걱정합니다.

사는게 이미 힘들어서 사람을 미워하거나 의심하는 대신 좀 좋아해보려고 했는데 아 이게 아닌가, 합니다.

한때 좋아하던 것에 이제는 아무런 감흥이 들지 않아 쓸쓸하지만 딱히 격렬한 감정은 아니고 그런데 그 사실 자체로 공허한데 슬프지는 않은 느낌.

면접에서 한껏 억지로 웃고 에너지를 올린 다음에 느끼는 소모감.

내가 이래서 저래서 잘났다고 은근하거나 노골적으로 어필하는 데이트 상대에게 느끼는 피로감. 자기가 더 많이 알고 더 지적이고 더 예리한 시선을 가졌다는 걸 소리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서 느끼는 피로감. 냉소가 멋진 태도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서 느끼는 피로감. 사람이 하는 게 가장 싸다, 는 말을 그걸 대가 없이 하는 사람(나) 앞에서 하는 상대에게서 느끼는 짜증과 혐오감. 비즈니스 마인드에 느끼는 구토감.

술자리에서 어쩌다 보니 데이트와 연애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고, 누군갈 좋아하는 게 잘 안된다는 말을 했는데. 생각해 보니 연애는 종종 굳이 좋아하지 않아도 시작된다. 그럼 누굴 좋아하는 게 잘 안되는 게 아니라 누굴 궁금해하는 게 잘 안되는 것이라 봐야겠다. 궁금한 사람이 없다.

사회생활로 단련된 능구렁이 같은 나의 면모를 한 발짝 떨어져서 경멸하며 바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