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비스스ㅅ소 pulvissso

비가 많이 내리는 날

오늘은 포스터를 그린 공연을 보고 왔다. 비가 많이 내렸고, 빗소리가 들리는 공연이 되었는데 그게 무척 잘 어울렸고 다 보고 나서 스탭들과 인사를 나누고 집에 돌아오니 마음이 헛헛해서 음악만 계속 듣는다.

밝거나 칙칙하거나 구별 없이 와르르 적다보면 거기서 뭘 하고 싶은지 발견하는 때가 많은 것 같다.

모든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지 나는 사람을 꽤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새롭게 배운다.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마찬가지로 여기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아한다'에 좀 더 방점이 찍혀 있다. 외향형에 강아지들처럼 사람을 반기는 사람이랑 사람을 좋아하는, 최대한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려고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암전, 공연이 끝나고 찾아오는 잠시 동안의 암전이 내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사물도 사람도 분간이 가지 않는 상태가 편하다. 눈을 감거나 뜨거나 차이가 없는 그 짧은 순간이 매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