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비스스ㅅ소 pulvissso

계절을 타는 사람

9월이 끝나가고 오늘 요가 선생님의 마지막 요가 수업을 들으며 헛헛한 마음으로 귀가했다. 요가 선생님은 해외로 공부하러 떠난다. 일상에 즐거움이던 것이 하나씩 줄어가는구나, 다시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야 하는구나, 하면서 쓸쓸해졌다.

계절을 타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지점은 마음을 쓸쓸하게 만든다.

일상에 있던 뭔가가 사라진다. 정신 차려보면 일상에 있던 소중한 많은 것들이 사라졌고, 다시 찾았고, 다시 사라지고, 다시 찾고, 다시 사라지고의 반복 같다.

윈도우 10이 서비스를 중단한다. 현재 쓰는 노트북은 구형이라 윈도우 11을 감당할 수 없다. 새로운 노트북을 사야만 한다. 얼마 전에 시작한 AI 관련 알바는 돈 나올 구석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얼마전에 프로젝트가 엎어졌다는 공지를 받았다. 마지막 남은 적금 통장 화면을 오래도록 쳐다보다가 엉엉 울고 말았다.

잘 버텨서 내일로 넘어갈 수 있다. 잘 버틸 수 있다. 맷집은 점점 세진다. 하지만 무얼 위해? 무얼 위해서 나는 이렇게까지 버티고 있는 걸까?

근시일에 찾아올 좋은 일을 알고 그때까지 버티고 싶은 마음에 종종 무료 운세를 본다. 좋은 일은 훌쩍 저 멀리 빨리 달려나가는 것 같고, 부정적인 일은 미적미적 끈끈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운세가 맞고 틀리는 건 중요하지 않다.

살면서 타인들과 얼마나 상처를 더 많이 주고 받을지 생각하다가, 왜 이런걸 가늠하고 있을까 이상했다.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사람들의 뒷통수를 바라보면서 모두 각자의 괴로움과 최선을 품고 앉아 있구나, 그렇다면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했다.